[호주 워홀 | 퍼스 일상] #4-1 브리즈번에서 퍼스로 지역이동|설레는 마음|세탁 공장 인터뷰|킹스파크(King's Park) 산책로|퍼스에만 있는 Honey Cake!|퍼스 맛집|WA|
2023.04.26 ~ 2023. 05. 30
무려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브리즈번 생활을 했다. 22년 11월, 3주 동안 한국에 다녀온 후로 마음이 뒤숭숭했다. 모든 걸 다 정리하고 갔다 온 터라, 새로운 잡도 알아봐야 했고, 이사도 해야 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상 속에서 이리저리 복잡한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점점 나아지겠지.. 나아질 거야.. 그렇게 다짐하며 4개월이란 시간을 흘려보냈다. 내 생각과 마음들이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고, 점점 숨통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나 스스로가 변하지 못하면 환경을 바꿔보자!라고 결심했고, 결국 난 퍼스로의 지역이동을 선택했다.
4월 26일 브리즈번공항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퍼스로 날아왔다. 도착 시간은 퍼스시간으로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공항에서 나와 밤공기를 마셔본다. 퍼스의 첫 느낌은 굉장히 조용하고 어둡다. 였다.(밤이라 당연한 소린가?^^) 그리고 브리즈번 보다 추웠다. 늦은 시간인데, 고맙게도 브리즈번에서 퍼스로 먼저 지역이동을 한 친한 동생이 마중 나와주었다. 두 달 반만의 상봉! 동생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다. 12시가 넘은 시각, 문두드리기도 민망했는데 다행히 집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거실과 욕실을 간단히 둘러본 후 방에 들어가 잠시 숨을 골랐다. 언제나 처음은 두렵고 설렌다. 같은 호주땅이지만 긴장을 많이 했었나 보다. 넓고 아늑한 방을 보니 그제야 긴장이 풀린다. 어찌어찌 내가 정말 퍼스에 오긴 왔구나...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긴 여운을 뒤로한 채 간단히 씻은 뒤, 다음 날 바로 잡힌 인터뷰 때문에 조금은 경직된 상태로 잠이 들었다.
퍼스에서의 첫 날 (with 세탁 공장 인터뷰)
4~5시간 정도 자고 아침 일찍 인터뷰를 가야 해서 7시 30분에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부랴부랴 샤워를 마치고, 후다닥 준비해서 8시 30분 길을 나섰다. 몇 년 만에 뚜벅이 생활인지, 동생이 교통카드를 빌려줬는데, 구글지도에 검색해 보니, 걸어가는 시간이나 버스 타고 트레인 타고 가는 시간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나오자마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망했다.. 우산도 없는데.. 잠깐 고민하다가 금방 날씨가 갤 것 같아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비 쫄딱 맞으며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 문득 하늘을 보니 무지개가 떠있었다. 호주는 참 웃긴 게 마른하늘에 비가 온다. 해는 쨍쨍한데 비가 내리는 아이러니.. 그래서 한국에서 보다 훨씬 자주 무지개를 볼 수 있다. 보통 때라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 무지개인데, 퍼스 온 첫날, 그리고 인터뷰를 보러 가는 길에 무지개를 보다니,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에게 행운이 찾아올 것만 같은 이 기분!! 늦지 않게 무사히 도착해서 인터뷰를 보고 나왔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슈바가 마침 한국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설명 듣고, 궁금한 점도 물어보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참고로 나는 벤틀리에 있는 세탁공장에 다녔었다.)
Omg 이렇게 완벽할 수가!!! 브리즈번에서는 그렇게 어렵던 잡 구하는 일이, 퍼스에 도착하자마자 구해지다니.. 퍼스랑 나랑 잘 맞나 봄! 마지막에 슈바가 일은 힘들 거라고, 열심히 해야 할 거라고 말했지만, 지금 당장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퍼스 마라탕 맛집 (Zhang Liang Malatang)
인터뷰를 끝내고 동생과 다시 만났다. 퍼스는 작아서 큰 쇼핑센터가 별로 없는데, 집 근처에 하나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Zhang Liang Malatang이라는 곳으로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입에도 안 댄 음식이었는데, 호주에서 마라탕을 처음 접한 뒤로, 종종 찾게 된다. 늦은 시간에 마중도 나와주고, 이래저래 도움을 많이 준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점심은 내가 쐈다! 역시 마라탕은 자극적이야...넘 마싰따! 이제야 안 사실이지만, 퍼스에는 여기보다 훨씬 맛있는 마라탕집이 많다는 사실~ㅎ
퍼스 케익 맛집 cafe (Brown spoon)
Brown Spoon
점심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쇼핑센터 한 바퀴를 돌다가 2차로 동생집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다. 미처 돌리지 못한 빨래들이 한아름 있었는데, 동생네 쉐어하우스에 건조기도 있다고 해서 세탁기랑 건조기 돌려놓고,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어디 갈까 하다가, 운동광인 동생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길래, 곧장 차 타고 출발했다. 가봤더니 계단무덤이...^^ (날 죽일 셈이냐..) 계단 오르기가 그렇게 좋다며 나를 재촉한다. 결국 정상 한번 찍고 내려옴. (두 번은 못하겠따..)
Oporto Bentley (패스트푸드점)
집에 갈 줄 알았찡~ 아직도 아쉬워!!! 퍼스에 24시 마트가 있단다.. 브리즈번에도 없는 24시가 이 조그마한 퍼스에 있다니, "한번 가볼래요?" 묻길래 가봤다ㅋㅋㅋㅋㅋㅋ 마치 한국 편의점 마냥 체인점이 몇 개 있었는데 이름은 Spudshed.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다. 싱싱한 야채들도 많고, 아시안 식재료도 많이 팔고, 없는 게 없는 말 그대로 마. 트! 늦은 시간에 장보기 딱 좋겠다 싶은 곳이었다. 구경하다 보니 또 허기가져서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먹고 집에 가자!!! 해서 시켜 먹은 치킨과 샐러드.
퍼스 시티 쌀국수 맛집 (Sup So Good)
Sup So Good.
동생 일 쉬는 날!! 시간 맞춰 시티로 구경 나왔다. 호주 와서 새로 생긴 나의 소울푸드 쌀국수! 브리즈번에서는 항상 가는 단골집이 있었는데, 퍼스에서도 꼭 찾아야 한다며! 동생이 여러 군데 선택지를 주길래 그중에 젤 맘에 들었던 곳으로 갔다. 뚝배기에 나오는 쌀국수였는데, 나름 실하고 괜찮았다.
퍼스 와서 5일 동안 푹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드디어 월요일이 오고야 말았다. 새벽같이 출근을 했다. 내 시프트는 6AM - 2PM. 그 사이 에어비엔비에서 단기 쉐어하우스로 이사를 했는데 공장까지 걸어갈만한 거리라, 내 붕붕이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살도 뺄 겸 운동삼아 걸어서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걸어서 3~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4시 반부터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나왔다. 어후,, 오랜만에 새벽출근하려니 영~ 적응이 안 된다. 새벽이라 날씨는 추운데 걷다 보면 땀이 나고, 퇴근 후에 올 때는 해가 얼마나 쨍쨍한지.. 내 붕붕이가 너무 그리웠다.
도착해서 출퇴근용 얼굴도장 만들고, 공장 투어 살짝 하고선 어느 파트로 갈지 배정을 받았다. 난 일복도 많지^^ 며칠 일하면서 느낀 거지만 내가 제일 힘든 파트에 배정을 받은 듯했다. 어쩌겠노..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야지!! 여태 놀면서 까먹은 돈 다시 채워 넣으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 첫날은 그렇게 눈칫밥을 먹으며 일하고, 집에 오자마자 씻고 뻗었다! 넘나 피곤한 것... 흑흑..
퍼스 시티 코리안 치킨 맛집! (7 gram)
7 grams
긴장감 속에서 1주일을 가까스로 버틴 후 첫 주급을 받았다. 이게 얼마 만에 온전한 주급인지.. 한국 다녀온 이후로 브리즈번에서 파트타임만 하면서 겨우겨우 먹고살았는데, 이제 세이빙이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째져~~ 첫 주급 받은 기념으로 동생이랑 시티에 있는 코리안치킨 맛집에 갔다. 치킨엔 역시 생맥주 아니겠나!! 한 모금하는 순간 행복해 기절^^.. 이 맛에 돈 버는 거 아입니까!! 진심 꿀맛이었다. 치킨도 바삭하고 맛있었음. 맛집 맞네.
윌레턴 맛집 (Dumpling Mama)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해왔다.. 흠칫 놀라서 돌아보니, 브리즈번 웨어하우스에서 같이 일했던 동생이 우뚝 선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퍼스로 지역이동 온다는 소리는 듣긴 했다만, 여기서 이렇게 같이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허허. 그 친구는 포크리프트 잡이고, 나는 안에서 일하는 파트라 마주 칠일은 크게 없었지만, 반갑긴 반갑더라! 공항 픽업온 동생과도 다 같이 일했던 사이라, 윌레튼에 맛집이라는 Dumpling Mama라는 곳에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간판이름이 Dumpling 이길래 만두 맛집인 줄 알았더니, 꿔바로우가 제일 맛있었다! 먹다 보니 맥주 한잔이 간절했는데, 술은 팔지 않고, BYO만 가능. 여기 올 땐 레알 술 필수다.
그래도 간판이름이 만두니까 하나 시켜봤다. 맛은 SOSO 나쁘지 않았음!
퍼스 시티 술집 (Daliy's 1998)
1차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술 없는 저녁 매우 아쉽다. 2차를 위해 다 같이 시티로 나갔다. Daliy's 1988이 맛있다고 해서 가봤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30분 정도 웨이팅하고 들어갔다. 동생이랑 나랑 한동안 닭발에 꽂혀가지고, 고민 없이 바로 닭발 주문! 소스는 떡볶이소스를 쓰는 듯.. 계속 졸이니까 너무 짰음..ㅎ 뭐 나쁘진 않았는데, 다음에 와서는 다른 메뉴 먹어봐야겠다.
점점 이사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위드코로나 발표 후 호주도 하나 둘 워홀러나 학생비자신분의 사람들을 받기 시작했고, 그래서 점점 집 값도 오르고, 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운이 좋게도 동생이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 집주인분께서 한국으로 3주 정도 다녀온다고 하셔서 나는 동생집에 또! 단기로 들어갈 수 있었다. 후, 땅그지 될뻔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야 :) 공장 퇴근 하고 거실 식탁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가 발코니를 내다보니 하늘이 뻘~겋게 물들고 있었다. 이토록 붉은 노을은 호주에서도 처음 본다. 이쁘면서도 강렬한 노을이었다.
동생이 한창 당. 사(당근&사과) 주스에 빠져있을 무렵.. 한잔 만들어줄 테니 먹어보라며 아침부터 갈갈해놨더라..ㅎㅎ 평소에 과일이며 채소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해놨으니 먹어야지.. 호호 그래도 꽤 먹을만했다. 설탕 넣은 것처럼 달달하니 맛있었다. 착즙기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ㅋㅋ 동생덕에 오랜만에 건강쥬스 마심!
이스트 빅토리아 파크 피자 맛집
야심한 시각, 아마 새벽 1~2시쯤이었던 것 같다. 퍼스에 알게 모르게 24시간 하는 곳이 많다. 야식 유혹이 얼마만인지 ㅋㅋㅋㅋ 동생이 퇴근하고 아무것도 안 먹고 시체가 되어 있더니, 갑자기 피자가 땡긴다며,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나가기 넘나 귀찮.. "니가 사 오면 같이 먹어줄게" 했더니 냉큼 사와 벌임..^^ 전~혀 1도 기대 안 했는데, 호주에서 먹은 호주식 피자 중에 TOP1이다. 토핑이 듬뿍 올라가 있는데 심지어 짜지도 않아........... 요거 아주 요물임. 안 먹겠다던 내가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진짜 JMT이었음!ㅋㅋㅋ
킹스파크(King's Park) 산책길_퍼스 오면 꼭 가봐야 할 곳
며칠 후, 나는 공장에서 잘렸다. 하... 진짜 기분이 매우 ㅇㅕㅅ같음..^^ㅋ 나 진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한 달 만에 짤려부렸다. 시간이 남아 돕니더~ 에라 모르겠다 열심히 놀기라도 하자!!!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생도 같이 조인해서 셋이 King's Park 한 바퀴 돌러 갔다. "퍼스 오면 어디 가봐야 해요?"라고 질문했을 때, 순위권에 꼭 들어가 있던 King's Park. 와보니 왜 그렇게 추천들을 해줬는지 바로 깨달았다. 생각보다 무진장 넓고, 수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들.. 야외 식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님! 산책로도 잘 되어있었고, 지대가 높진 않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퍼스 시티도 예뻤다. 종종 찾아올 것 같은 곳이었다.
퍼스 명물 허니 케이크 (Honey Cake)
잠시 옛날로 돌아가, 브리즈번에서 살 던 어느 날, 같이 사는 쉐어생이 맛보라고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넨 적이 있다. 비주얼은 이게 도대체 뭐지? 케이크가 맞나? 싶을 정도의 비주얼이었는데, 한입 먹어보는 순간 눈코입이 확장되는 맛이었음. 진짜 그 첫 입이 너무너무 맛있어서 이거 도대체 어디서 산 것이냐 물으니, 여자친구가 퍼스 놀러 갔다가 사 온 거라며, 퍼스에만 파는 케이크 전문점이라고 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퍼스에 갈 생각은 1도 없어서, 아 나는 이 케이크가 마지막 케이크가겠구나...하며 굉장히 아쉬워했는데, 퍼스로 지역이동을 고민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속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HONEY CAKE!!!! 공원 싹 둘러보고 시티에 있는 지점에 방문했다. 그때 먹었던 케이크가 도데체 뭘까.........? 케익이 두 종류 있었는데, 꿀케이크, 판단케이크 이렇게 있어서 종류별로 하나씩 구매해서 먹어보니, 내가 먹었던 건 Pandan cake이었다! 한입 딱 먹는 순간 넘나 황홀스.. pandan이 카야성분이랑 똑같은 거라고 했다. 말레이시아 경유할 때마다 먹었던 카야토스트와 똑같은 것이라니!! 어쩐지 내가 너무 사랑하는 맛이야!! 한동안은 질릴 만큼 사 먹은 듯하다.ㅋㅋㅋㅋ
어흇, 어딜 가나 놀고먹는 일상이구만! 뭐니 머니해도 노는 게 채고 얌 b 어쨌든 퍼스 온 후로 끝은 미미했지만, 시작이 좋았다. 한결 기분도 리프레쉬되고, 퍼스에 온 건 아직까지 후회가 없다! 아주 잘 왔다 잘 왔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