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journal|독서록] #2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장편소설|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기| 도서 리뷰|살짝 스포 있음 주의|R.J|
책 소개
이 책은 2023년 19회 세계문학상수상작이다. 문미순 저자는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다. 2023년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밀리의 서재 저자 소개-
제목만 보고 털컥 오디오북을 다운받아 들었다.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던 첫 문장은 다소 내게 큰 호기심을 불어 일으켰다. 다 읽고 난 뒤, 묘한 여운이 남아서 검색을 해봤다. 이 책이 세계문학수상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다른 수상작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전체 줄거리
"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나만의 비밀이 시작되었다. "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50대 이혼녀 명주와 이웃사촌 26살 준성이 부모님을 간병하면서 겪는 스토리이다. 701호에 살고있는 명주는 1년 반 전 엄마의 제안으로 엄마와 같이 살기 위해 임대아파트로 들어오게 된다. 탐탁지 않았지만 이혼 후 여러 직업을 번갈아가며 전전긍긍 지내다가 급식소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발에 큰 화상을 입게 된다. 그 후유증으로 새로 구직이 쉽지 않던 명주. 그렇게 엄마와 같이 살게 되는데... 엄마 앞으로 나오는 100만 원 정도의 연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엄마에게 치매가 왔고, 감당 못할 언행으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명주는 밖으로 뛰쳐나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현관문을 연 순간, 작은방 문턱 앞에 쓰러져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숨을 거뒀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명주. 그 순간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연금 100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받게 되고, 그 문자를 본 명주는 엄마의 죽음을 세상에 비밀로 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엄마의 시신을 삼나무 관에 넣어 작은방에 고이 모셔둔 채, 하루하루 짙어지는 비릿하면서도 불쾌한 향을 없애기 위해 방향제를 뿌리고, 벌레들을 치우며 여느 날을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할아버지 한 분이 엄마 집으로 찾아오게 되는데, 그가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걸 알게 된 명주. 그의 문자로 매일 같이 엄마의 핸드폰이 울려댄다. 그럴 때마다 명주는 찝찝함을 숨기지 못하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혼 후 처음 딸과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며 명주의 분통을 태웠던 딸. 성인이 되고 난 후 만났지만, 여전히 철없고 생각 없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좌절을 맛보게 되고,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딸과의 실랑이 속에서 아찔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 와중에 오다가다 옆집 이웃사촌 준성을 마주치게 되는데..
702호 준성. 10대 학창시절부터 26살이 되는 해까지 그는 아빠를 극진히 보살핀다. 처음 아빠에게 알코올성 치매 뇌졸중이 찾아왔을 때에는 무사히 넘겼지만 몇 년 후 다시 재발을 하고 만다. 그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빠를 준성은 매일같이 간병한다. 밤낮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대리운전기사 일을 하며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해 가던 와중. 자기 몰래 소주를 사들고 편의점을 나오던 아빠와 마주치면서 상황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준성은 작은 접촉사고로 손목과 팔에 가벼운 통증을 느끼게 되고,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인해 급한 데로 약국에 가서 자가치료를 한다. 어느 '운수 좋은 날' 그날따라 장거리 콜을 두 번이나 받게 되고, 평소와는 다르게 일이 술술 풀린다. 하루 일당인 5만 원 보다 더 큰돈을 벌게 된 준성은 집으로 돌아가 재밌는 TV쇼와 맥주 한 캔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한다. 마지막 콜로 외제차를 배정받게 된 준성. 고민 끝에 외제차를 몰게 된다. 기쁜 마음도 잠시, 좁은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던 와중 앞서 다쳤던 손목 후유증으로 인해 핸들이 미 끌어지고 만다. 이로 인해 외제차는 망가지게 되고, 한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게 된 준성. 또 다른 변수 하나, 알콜성 치매기가 있던 아빠는 준성이 일을 하러 간 사이 가스레인지 불을 켜두고 깜빡 잊고 마는데, 그 일로 인해 큰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실려간 아빠. 불행인지 다행인지 겨우 다시 몸을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겹겹이 쌓여만 가는 악재들 속에 지쳐가는 준성. 여느 날 아빠를 씻겨야겠다고 다짐한 준성은 샤워를 하면 막걸리 한 병을 사주겠다고 아빠와 약속한 뒤 수월하게 샤워를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만하겠다고 떼쓰는 아빠와 실랑이를 하다 그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아빠는 뇌진탕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에 준성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양손에 피를 묻힌 채 현관문을 뛰쳐나가는데... 복도로 들어서는 그 순간 명주눈에 띄고 만다.
*느낀 점*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숨 막히는 이야기. 명주와 준성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악재들..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책 속에 빨려 들어가다가도 이내 가슴 한 곳이 먹먹해지고 답답하기까지 했다. 명주의 딸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나 역시도 너무 화가 나서 책을 듣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안타까운 준성의 이야기는 마치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해답 없는 미래. 막막한 현실. 또 한 번 큰 죄책감을 얻었을 준성이 앞으로 잘 헤쳐나가야 될 텐데..라는 걱정도 되었다. 책을 완독하고 1주일 정도 지난 지금도 책을 읽던 그때의 기분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명주와 준성의 입장과 생각들을 번갈아가면서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간혹 이런 소설들을 접하게 되는데, 책을 읽을 때 집중도가 높아지고, 가독성이 훨씬 좋아진다. 이 책의 마지막 결론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중간에 뚝 끊겼다.라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마지막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은?
개인적으로 이 책은 현실적이면서도 조금은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몇 해 전, 우리 가족도 외할머니를 2년간 간병한 적이 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들이 조금 더 와닿았고, 그때 당시 나도 조금의 보탬이 되고자 할머니 간병을 도왔었다. 대학병원부터 요양병원까지 수많은 병원들을 오고 가며 많은 사람들과 마주했었는데, 아찔한 순간들을 마주치기도 했고, 어쩌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수많은 환자분들과 가족들도 만났다. 예전에는 한 번도 깊게 고민하고 생각한 적 없었던 죽음에 대한 인식과 병을 안고 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일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우리 가족이었다. 최측근에서 외할머니를 간병하는 엄마를 보면서 훗날 나도 어쩌면 엄마를 간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들을 해보곤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그때가 상기되었다.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직업 그리고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들... 이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가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정말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그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경찰에게 잡힐까 마음 졸이면서 읽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거짓말을 하고 주위사람들을 속여가면서 살아갈 수도 없는 법. 그렇게 살다 보면 그 속에서 분명 많은 회의감이 들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평안을 위해서라도 자수를 하던 아니면 그 죄가 누군가로 인해 들통나던 그 현실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그리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잘 살아가는 결말을 상상해 보았다.
한편으로 찝찝하고 한편으론 불편하고, 책을 덮는 순간에도 개운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전반적으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큰 희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 어떻게 되어야 한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런 현실적인 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여서 앞으로 조금씩 좋아지는 방향으로 변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힘들겠지만 무엇보다 현실적인 방안과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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